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택시에도 무전기가 달려있어서 다른 기사분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손님입장에서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수 밖에 없는데요, 기사입장에서도 굳이 손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는 암호를 사용해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요. 그리고 기사들끼리 있을 때는 당연히 그날태운 손님들의 이야기를 하겠죠? 이럴때도 암호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이른 바 업계용어입니다. 몇가지 소개할게요.
무전으로 정보공유
공사중 → 경찰이 단속중
암호)XX부근에서 공사중입니다.
해독)XX부근에서 경찰이 단속중이니까 조심하세요.
실제로 공사중일때는 본공사중이라고 합니다.
낙하물 → 이동식 과속 카메라 단속중
XX길 낙하물에 조심하세요.
XX길에 이동식과속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조심하세요.
조정 → 식사,휴식
암호)305호차 조정해 주세요.
해독)305호차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세요.
기사들끼리 손님에 관해 이야기할때 쓰는 암호
빗나갈 총알 → 원하지 않았던 손님
시청에서 2시간 기다리다가 빗나간총알에 맞아 역까지 갔어. 여기서 말하는 시청이란 대기업이나 관청앞을 말합니다. 그쪽에는 아무래도 좀 있는사람들이 많으니까 퇴근시간에 그걸 노리고 건물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전혀 상관없는 손님이 눈치없이 그 택시를 잡아타고 가까운 역까지만 갔다고 하소연하는 소리입니다.
청단 → 할증붙는 시간, 귀신 → 장거리손님
암호)청단하고나서 역근처에서 귀신이나왔어!
해독)할증붙는 심야시간에 역근처에서 장거리손님을 태웠어!
할증붙는 시간을 청단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택시의 할증표시기가 파랑색이기때문이랍니다.
미역, 좀비, 낫토
미역은 차고로 돌아가는 택시를 뜻합니다.
좀비 → 손님이 떼로 나와 손을 들고 있는 상태 (좀비를 연상케 한다네요)
낫토 → 기본요금
암호)미역이었는데 묘지에서 좀비를 태웠더니 낫토였어.
해독)차고지로 돌아가는 중에 묘지에서 손님을 태웠는데 기본요금거리였어.
수많은 손님중에서 태운 손님이 기본요금거리만 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긴급사태를 알리기위한 암호
분실물 → 택시강도
암호)신바시에 분실물이 있습니다. 분실한 사람은 검은모자를 쓴 마른체형의 남성…
해독)신바시에 택시강도 출현. 용의자는 검은 모자를 쓴 마른체형의 남성…
만일 자신이 택시강도를 태웠다고 생각되면 비밀스위치를 눌러 주위에 알린다고 합니다. 스위치를 누르면 앞유리에 있는 패널에 SOS나 도와주세요라는 글씨가 켜지고 램프가 점멸되면서 주위의 시선을 유도한다고 하네요.
괜찮은 방법같긴 한데 인상착의를 얘기하는 부분에서 강도가 알아채지는 않을까 걱정이군요.
마치며
은어는 특정집단의 사람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그들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은어들의 어원을 살펴보는 것도 은근히 재미가 있습니다. 또 기회가 있다면 다른 직종의 은어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