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류회에 가서 느낀 점 in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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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일장기
한일교류회.
사전에 한국인과 일본인을 모집한 후, 실제로 만나서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특정 주제로 대화도 나누면서 마음이 맞으면 친구도 만들 수 있는 좋은 취지의 모임입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한일교류회에 나가보고 느낀 점을 쓰고자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경험한 것이라 한국에서 진행되는 한일교류회랑 다를 수도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한일교류회에 관해

내가 교류회에 참여했던 방법

한일교류회 및 한일교류 커뮤니티는 찾아보면 전국적으로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당시에 제가 활용했던 사이트는 mixi.jp라는 사이트였습니다. 여기에서 「日韓」으로 검색하면 수백 개의 커뮤니티가 나옵니다. 오랫동안 접속을 하지 않아서 지금의 분위기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コミュニティ検索結果(1ページ目) | mixiコミュニテ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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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가 교류회에 참가했던 2007~2010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예전만큼의 활발한 활동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임장소는 어디?

그동안 제가 다녀온 한일교류회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일단 장소는 수도권이라면 한일교류회의 70% 이상이 신주쿠(新宿)나 신오쿠보(新大久保)에 있는 한국식당이나 이자카야에서 많이들 합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아마 한국식당이나 술집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한식으로 외식 한 번 하기가 은근히 어렵습니다. 사실 도쿄에서도 특정장소에만 한국음식점이 몰려 있고 그 외 다른 지방에서는 큰 역 주변 외에는 진짜 하나 있을까 말까 합니다. 어떤 분은 신오쿠보에서 짜장면을 먹기 위해 가나가와(神奈川)에서 1시간 반을 이동했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겸사겸사 한식도 먹고, 또 먹으면서 한식에 대한 이야깃거리로 가볍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 한국음식점 또는 한국식 이자카야로 많이 정하는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의 성별, 국적별 특징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너무 한쪽으로 몰리면 안 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약 50%가 되면 이쪽은 접수를 안 하고 대기자명단에 들어갑니다. 나중에 꼭 몇몇 분은 취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녀의 비율인데요. 이게 참 신기합니다. 총인원의 70~80%가 한국남자와 일본여자 반반입니다. 한국여자와 일본남자의 비율은 20~30%입니다.

한국남자 45% 일본남자 10%
한국여자 5% 일본여자 40%

제 개인적인 수치입니다만, 어느 교류회를 가도 이 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이런 한일교류회를 봤습니다.


한남&일녀 100%입니다. 아예 단체미팅을 주선하는가 봅니다. “한녀&일남도 참가 가능”이라고 쓰여있었지만 왠지 “한녀&일남은 안 오시는 게 좋을 듯”이라는 느낌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실제로 이성만남을 목적으로 참가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고 순수하게 친구를 만들 목적으로 참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이성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들을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저도 이런 목적으로 참가한 적도 있기 때문에…

 

한국남자와 일본여자가 서로 끌리는 이유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일본에 데뷔하면서 일본여성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부 젊은 일본여성들은 그런 아이돌을 보며 “한국남자는 친절하고 멋있다”며 한국인 남자 친구를 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남자들은 일본여성 특유의 귀여운 반응과 말투에 빠져들어 일본인 여자 친구를 원하기도 합니다.

물론 교제하기 시작하고 결혼까지 골인하는 때도 많지만, 결혼 전 또는 결혼 후, 결국 문화적 차이로 안타깝게 헤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일교류회 참가 후기

笑顔文字 韓日友好
이미지 출처 : 笑顔文字 韓日友好 posted by (C)きんちゃん

그러면 제가 첫번째와 두번째, 참여해보고 실제로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번째 후기

처음 이 한일교류회란 곳에 참가했을 때(대략 2007년) 집에 나오는 순간부터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일본 친구 많이 만들어야지”하고 말이죠.
참고로 저는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는데요,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을 때만 말하는 편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그냥 어색한 침묵이 싫다고나 할까…

아무튼 교류회는 시작되고 제 주위에 앉은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모든 대화는 “아뇽 하세요”라는 어색한 한국말로 시작되었으나 그 이후로는 오로지 일본어로만 대화가 오갔습니다.
어느새 첫 만남의 어색함은 없어지고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자리교체가 있겠습니다”하고 주최하신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저 사람도 만나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리교체가 이루어지고 처음처럼 어색한 인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되지 않았습니다. 술도 좀 마셨겠다, 남자 몇몇 분이 귀여운 애들한테 슬슬 작업을 시도하고 있더군요. 결국, 저의 교류회 후반전은 그다지 즐기지 못하고 조용히 먹고 마시고 끝났습니다.
이 “자리교체”라는 게 마치 양날의 검처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지금 앉아있는 자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자리교체가 구세주로 느껴질테고 반대로 정말 재밌게 즐기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아무래도 달갑지만은 않겠죠.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누구랑 얘기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10명정도랑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전혀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이름은 들었는데 얼굴이 기억 안난다거나 또는 그 반대.
집을 나서기 전에 생각했던 “오늘은 일본 친구 많이 만들어야지”가 쉬운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두번째 후기

제가 두번째로 선택한 한일교류회는 첫번째와 다른 커뮤니티였습니다. “오늘은 일본 친구 1명만 만들자”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더 인원이 적은 모임을 골랐습니다. 30명이 정원인 교류회였습니다.
처음에 갔던 교류회는 무려 60명이나 참가했기 때문에 “사람너무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한남&일녀(한국남자&일본여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국적남녀별
한국여성 10%
한국남성 35%
일본여성 40%
일본남성 15%

연령별
20대전반 30%
20대후반 30%
30대전반 30%
30대후반이상 10%

참가횟수
처음 40%
가끔 40%
매번 20%

30대후반이 10%입니다. 젊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자리바꾸기가 없었습니다. 그대신 자기가 알아서 이동하는 분이 몇분 계셨습니다. 이번 모임에도 예쁜여자에게 사람이 모이는 당연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저의 첫번째 교류회를 교훈삼아서 이번에는 약간 조용히 계시거나 말수가 적은 분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걸었고 그 방법은 먹혔습니다.
교류회가 끝나기 직전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며 5명과 메일주소교환에 성공했습니다. 아, 5명중 3명은 남자분입니다. 1명도 아니고 5명이라니, “일본친구 사귀는거 별거 아닌데?”하고 혼자서 우쭐댔지만, 그것은 저 혼자만의 엄청난 착각이었습니다.
5명 모두 몇 번인가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분들한테 저는 그저 “한번 만났던 사람”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결국 그렇게 몇번 참가하는 동안에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기긴 했습니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제 능력에 비하면 납득할만한 숫자입니다.

 

한일교류회의 장점

일본인 친구찾기

그 첫번째는 당연히 일본인 친구찾기입니다. 이게 원래 목적이기도 하구요. 일반적으로 일본에 오는 대부분의 유학생이 어학교를 다니면서 알바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일본어학교에는 일본인학생이 없고 알바하는 곳에도 일본인 알바생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어학교 졸업하고 대학교로 진학하거나 직장에 취업하게 되면,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를 만나면서 일본인들과의 만남은 일상이 되고, 그중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저절로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어학교 다닐때는 누군가의 소개없이 일본인들과 만날 기회가 없기때문에 이런 교류회에 참가해서 친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본어 친구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사교성이 부족한 탓에 어렵긴 헀습니다. 하지만 사교성도 좋고 상대방한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은 당연히 높아집니다

.

일본어에 도움이 된다

저는 일본에 오기전에 이미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읽기, 쓰기, 듣기는 자신이 있었지만 말하기가 안 되었습니다. 앞의 3가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말하기만은 혼자서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flickr by zinjixmaggir

외국어를 해 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머리속에서는 한국어→일본어 통역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게 입밖으로 잘 안 나옵니다. 나온다고 해도 찔끔찔끔, 단어마다 끊기고 명사와 조사도 끊어서 말하기도 하고…

일본어학교에서 말하는 것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1:1교육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한일교류회에 가면 1:1대화도 가능하고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살아있는 일본어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교류회 자체도 한국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거의 일본어로 진행되고요. 말하기 연습이 가능한 최고의 환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종 직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교류회는 일반적인 취미동호회와는 달라서 꽤나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그 직업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도쿄디즈니랜드에서 알바하는 아가씨, 유리공예하시는 젊은 남자분, 개를 훈련시키는 아가씨, 아마추어 마술사 등등, 우리 주위에는 많이 없는 그런 직종입니다.
미지의 세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입니다. 몰랐던 지식도 알게 되니 내 시야도 넓어집니다.

 

한일교류회의 단점

은근히 비싼 참가비

한일교류회의 참가비는 3000~4000엔이 대부분입니다. 이 금액이 유학생한테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이 돈이면 밖에서 5~6번이나 밥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돈은 아닌데 이 날 모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이 돈이 아까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직장인들한테는 적은 돈인가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직장인들한테도 3000~4000엔은 부담되는 금액입니다.

교류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에 또 가고 싶어도 이 금액이 부담되서 안 가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1000~2000엔이었다면 부담이 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내성적이거나 자신감이 없으면 소외되기 쉽상

낯을 가리신다구요? 사실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만 조금은 걱정하셔야 될 겁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말 걸어줍니다. 인원수도 많고 자리도 넓다보니 사람들이 중간중간 이동하면서 새로운 사람한테 말 걸고 그럽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처음보는 사람들이 나한테 신경써서 말을 걸어주는데 내 반응이 시큰둥하면 어떻게 될까요? 곧 다른 사람에게 갑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친구사귀기는 어려울것 같으시죠?
그런데 이게 또 그렇지만도 않아요. 내성적인 성격이거나 자신감이 없는 분끼리 또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친구 못 사귀어도 괜찮아요. 조금 비싼돈으로 간만에 한국음식 배불리 먹었다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중에 ‘아~ 이런곳이었구나’하시면 됩니다. 그때가서 “내가 다시는 이딴곳 오나봐라”하시고 안 오시면 됩니다.

 

알 수 없는 일본인의 속마음

1시간~2시간내내 즐겁게 이야기하고 마음이 통했나 싶어서 서로 연락처도 주고 받았는데 몇번 연락하면서 자연소멸되는 경우가 많았구요, 심지어는 아예 답장조차 안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마음이 통했다고 느낀것은 그냥 저만의 오해였던 것 같습니다.단지 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그들만의 배려였을까요? 진실은 알수 없습니다.
“아무리 친한친구라도 어느정도 거리를 둔다”라는 일본인의 특성이 그 당시의 제 머리속에는 탑재되어있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들의 속마을 알아채는 건 쉽지 않습니다. 써 놓고 보니 이걸 단점이라고 해야하는지 애매하네요.

 

마치며

위에서 말씀을 안 드렸는데 일본어를 전혀 못하시면 어울리기는 어려울겁니다. 일본어 할줄 아는 친구랑 같이 간다면 괜찮지만 전혀 모르는데 혼자다? 그러면 안 가는게 나을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교류회 인원수에 관계없이 매번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처음참가하시는 분들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자주 오시는 분들이구요. 이 모임이 어떤 사람한테는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사람한테는 아주 즐겁고 유익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 해보지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한일교류회는 잘만 이용하면 좋은 친구나 좋은 인연을 맺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쯤은 참가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 Boiler 댓글:

    한일 교류회는 역시 한남일녀의 미팅 분위기인가 보네요..
    덕분에 간접경험 잘 했습니다.^^;;

  2. 행복을위해 댓글:

    일어는 어느정도는 되야 참석가능한가요? 하나도 모르면 말도 한마디도 못하고 조용히있다가 오겠네요?

    • 피터팬† 댓글:

      참가 조건에 일본어가 가능해야한다는 내용은 없지만 대화의 90%이상이 일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본어가 안되신다면 참가하는 의미가 없을거에요. 일본어가 안된다면 한국분과 이야기 나누면 되는데 한일교류회가는 목적에 맞지 않잖아요 ^^

  3. 켄지 댓글:

    일본사람이랑 친구가 되려면 최소 3년에서 길면 10년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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