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일본에 온지 어언 10년. 최근 몇년간은 집에서 컴퓨터나 TV를 보면서 신년을 맞이했지만 올해는 결혼하고 나서 첫 신년이라 마눌님을 위해서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많은 후보들이 있었지만 후지산과 해돋이를 같이 볼 수 있는 곳 중의 한 곳인 ‘하코네 코마가타케(箱根駒ケ岳)’로 정했습니다.
‘하코네 코다가타케’는 해발 1357미터이고 ‘아시노코’라 불리는 큰 호수와 일본을 대표하는 후지산 그리고 수심2500미터로 일본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스루가 만’을 한 군데서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산 정상까지는 로프웨이를 이용할수 밖에 없는데요, 평소에는 9시정도부터 운행을 하지만, 1월 1일인 설날 딱 하루만 해돋이를 위한 특별운행으로 아침 5시반부터 운행을 합니다.
계획은 아주 심플하게 세웠습니다.
해돋이를 보기 전에 온천에 가서 목욕재계 → 해돋이 감상 → 하츠모우데 → 뜨끈뜨끈한 우동 한그릇 → 집.
모처럼의 하코네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지 않고 이렇게 심플하게 세운 이유는
- 연말연시라서 도로교통상황 예측불가
- 밤새고 새벽에 출발하는 거라서 날이 밝으면 몽롱해져서 여행할 기분이 안될것 같은 예감
이 2가지였습니다. 허나 어이없는 저의 착각으로 인해 온천이 뒤로 밀리긴 했으나 오히려 더 나은 일정이 되었습니다.
2016년 1월 1일 오전 1시 3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온천입니다. 새벽에도 영업을 하고 있는 몇개 안되는 하코네에 있는 온천중의 하나입니다. 바로 텐세이엔(天成園)이라는 곳인데 청소하는 1시간을 빼고 23시간 영업한다고 하네요. 가격은 2300엔(세금별도)인데 밤 12시가 지나면 심야요금 1500엔(세금별도)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즉, 12시가 지나서 입장하면 3800엔(세금별도)을 받는다는 이야기지요.
이부분에서 저의 어이없는 실수 -_-;;
사전에 조사한 부분이지만 “추가”라는 말을 제가 못보고 그냥 지나쳐버려서 ’12시 지나면 1500엔’이라고 잘못알고 간 것이죠. 온천에 새벽 3시쯤 도착해 카운터에서 4100엔(세금포함)을 내라는 말을 듣고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겨우 1시간반만 있다가 나올건데 4100엔은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온천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잠시 쉬다가 코마가타케를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코마가타케의 정상에 가는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하코네엔(箱根園)으로 갔습니다. 4시 50분쯤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습니다. 5시반이 첫차였는데 약 20여분을 기다려 우리는 3번째것을 타게 되었습니다.
곤돌라는 최대정원이 101명이라고 하는데 100명을 꽉꽉 채워서 운행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너무 어둡기도 한데다가 어디선가 그린라이트를 쏴대는지 곤돌라 안의 분위기가 으스스했습니다. 약 7분후에 정상에 도착했는데 건물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쌩쌩~
기온은 -5도인데 산 위이고 강하게 부는 바람때문에 체감온도는 더 낮았습니다.
대기소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6시 20분쯤에 자리 잡으러 미리 나갔습니다.
오렌지 빛깔을 보니 이제 곧 나올려나 봅니다.
시각은 6시 50분!! (도쿄쪽은 서울보다 약 50분 일찍 해가 뜹니다)
드디어 2016년의 첫 해가 떠올랐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봅니다. 고개만 내밀기 시작했던 태양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전하게 위로 떠 올랐습니다. 정말 순식간이더군요. 그로부터 또 5분이 채 지나기전에 사람들은 속속해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좀 더 남아서 하츠모우데도 하고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곳 정상에는 하코네모토츠미야(箱根元宮)라는 신사가 있거든요.
바로 저곳인데요, 오른쪽의 토리이 쪽으로 올라가서 참배를 했습니다.
건물 뒷쪽으로 가면 후지산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 장관이 너무 압권이었습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아뿔싸!! 아직도 줄이 이렇게나 길다니~ 30분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케이블카를 탈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서 본 후지산과 케이블카의 그림자.
아시노코 호수앞에서 본 코마가타케 산의 정상.
이제 아까 비싸서 가지 못했던 온천을 하러 갔습니다. 돌아가다가 당일온천이 가능한 곳이 보여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습니다. 요금은 1050엔이었고 수건 대여비가 300엔이었습니다. 규모가 작은 편인데 저는 크기를 따지지 않는 편이라 제 나름대로는 만족스러운 온천을 즐긴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는 간이식당이 있어서 쫄깃쫄깃한 우동 한그릇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눌님을 위한 해돋이여행이었다고는 하나, 저 역시도 매우 만족스러웠고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여행이 되었습니다.
참고사이트
하코네코마가타케 로프웨이(箱根駒ケ岳ロープウェイ) : http://www.princehotels.co.jp/amuse/hakone-en/watch/ropeway.html
하코네노유(箱根の湯) : http://www.hakonenoyu.co.jp/
텐세이엔(天成園) : http://www.tenseien.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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