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생활하다보면 아주 가끔은 자기의 한문이름을 설명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한문’을 ‘한자’로 표기하겠습니다)
이름을 설명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요, 영어로 말하면 스펠링을 확인하는 경우에요. 한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제 이름을 漢子(한자)로 쓰면 康鉉(강현)입니다. 이렇게 글씨로 쓰면 읽을 줄은 몰라도 어떤 한자인지 확인이 됩니다. 하지만 업무상이던지 뭐던지간에 전화로 확인 할 때도 분명히 있을겁니다. 전화상으로는 글씨가 안보일테니 저한테 물어보겠죠.
한자이름을 알고 싶은 데 무슨 강에 무슨 현을 쓰세요?
“편안할 강에 솥귀 현”자요
전화상대가 제 한자이름인 ‘康’과 ‘鉉’을 모른다하더라도 “편안할 강에 솥귀 현”을 알면 나중에라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어렸을 때 천자문을 이렇게 외웠기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이 다음은 몰라서 안 적었음 ^^)
그렇다면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에서는 어떨까요?
일본은 우리보다 더 심합니다. 우리나라는 한자이름도 있지만 평상시에는 한글로 표기하기 때문에 이름을 말로 한다고 해도 그대로 다 받아 적을 수 있습니다. (물론 ‘혜’와 ‘해’처럼 예외도 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이름을 대부분 한자로 표기하기 때문에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이름(성도 포함)은 필요한 경우 반드시 확인해야합니다.
완전히 자리잡은 이름이란? 어떤 이름을 말하면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에 해당하는 한자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성 베스트5는 아래와 같은데요,
2위 鈴木 (스즈키)
3위 高橋 (타카하시)
4위 田中 (타나카)
5위 渡辺 (와타나베)
위의 이름은 ‘사토우’라는 이름을 말하면 누구라도 ‘佐藤’라는 한자를 떠올리고 ‘스즈키’라는 이름을 말하면 ‘鈴木’라는 한자를 떠올립니다.
이에 반해, 같은 발음인데도 다른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긴가민가 할때도 있습니다.
島田、嶋田…둘 다 ‘시마다’라고 읽습니다.
花子、華子…둘 다 ‘하나코’라고 읽습니다.
愛、藍…둘 다 ‘아이’라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같은 발음의 다른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이름만 듣고서는 전혀 짐작도 안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友希、友輝、悠希、優希、祐樹、勇貴、優輝…전부 ‘유우키’라고 읽습니다.
엄청나죠?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내 한자이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한자이름을 설명하는 방법
첫번째,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구라도 알만한 단어의 일부분으로 표현한다.
제 이름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강(康)의 경우
“健康(けんこう)の康(こう)です” = 건강하다 할 때의 강입니다 또는 “徳川家康(とくがわいえやす)の康(やす)です” = 토쿠가와 이에야스 할 때의 야스입니다.
혹시 앞의 것으로 못 알아들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하나 더 만들어두었습니다. 이것은 정답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뭐라도 상관없습니다.
두번째, 한자의 부수를 이용한다.
부수는 위치에 따라 변, 방, 머리, 발, 받침, 엄, 몸 등으로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일본어로 하면 위와 같은 순서로 偏(へん)、旁(つくり)、冠(かんむり)、脚(あし)、繞(にょう)、垂(たれ)、構(かまえ)입니다. 여기서 다 설명하는 건 무리가 있고요,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제이름의 뒷글자인 현(鉉)을 표현해 볼까요? 이 글자는 일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글자라서 부수를 이용해서 설명을 해 주어야합니다. 鉉이라는 한자는 金변에 玄(검을 현)이 붙은 글자입니다. 다행히 ‘검을 玄’은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 부분만 가장쉬운 방법인 단어의 일부분으로 표현했습니다.
“金偏(かねへん)に玄米(げんまい)の玄(げん)です” = 쇠금변에 현미할 때의 현입니다
세번째, 마지막으로 한자를 그냥 그대로 읽는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 한자를 알 수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자(美子)라는 이름이 있다고 하면 “美しい子と書いてミザと読みます”라는 식으로 말하면 됩니다.
마무리
어떠신가요? 머리 아프시죠? 글을 쓰는 저도 머리가 쥐가 납니다ㅎㅎ 사실 일본에 7년 넘게 있는 저도 한 5번정도 밖에 쓴 적이 없답니다. 하지만 자기 이름, 3글자만 알아두면 가끔이기는 하지만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으니까 미리 생각해두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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